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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서사

잊혀지는 것들 속에서 다시 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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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는 곧 기억이다. 나는 기억하기 때문에 나 자신이고, 기억이 바뀐다면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게 된다. 그러나 기억이 언제나 객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억은 인식과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오늘의 날씨, 감정,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기억은 달라지고, 이는 곧 나의 존재를 결정한다.

첫 영화를 본 날의 설렘, '배냇저고리'를 입은 아이의 웃음소리, 오래된 골목길의 빛바랜 추억들.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해간다. 기억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이 모여 '나를 규정하는' 고유한 이야기가 된다.

이번 큐레이션 '기억의 서사'는 개인과 공동체가 기억을 통해 삶을 새기는 방식을 살펴본다. 상처를 담은 연극, 추억의 노래, '500년 전통 축제'는 기억이 단순한 과거가 아닌 현재를 만들어내는 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의 기억도 소중하다. '소양강의 옛 기억'을 전하는 사람, 책, 벽제역의 감성, 황매산 농부의 이야기처럼 마을과 골목에는 시간이 새겨져 있다. 전통과 문화유산은 단순한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이어주는 살아있는 기억이다.

'기억의 서사'는 망각에 저항하는 여정이다. 고향 마을, 어린 시절 좋아하던 어묵, 헌책방의 낭만은 영원히 남을 기억의 형식이다. 이번 큐레이션을 통해 세상의 기억을 만나고, 나의 기억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삶을 잇는 여정을 함께하자.

- 정지우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