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들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에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p212)
별점
☆☆☆☆☆
읽은 소감
2. 책 속에 인상 깊은 문장이나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발췌 1
발췌 2
3. 시체가 많아 시신을 안치할 상무관이 비좁고 관이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광주시민은 이런 상황 속에서 서로 돕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무명천이든 목관이든 갱지든 태극기든, 필요한 것들을 부탁하면 그는 수첩에 적었다가 하루 안에 구해주었다. 아침마다 대인시장이나 양동시장에서 장을 보고, 거기서 구하지 못한 것들은 시내의 목공소와 장의사, 포목점들을 찾아다니며 구한다고 그는 선주 누나에게 말했다. 집회에서 걷힌 성금이 아직 많이 남은데다, 도청에서 왔다고 하면 헐하게 주거나 그냥 가져가라는 사람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이제 시내에는 관이 동났다고, 급한대로 베니어판을 구해 목공소에서 짜고 있다고도 했다.(p.19)
4. 5.18에 참여한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을 본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동호냐.
아버지의 목소리가 안방에서 우렁우렁 울려왔다.
동호 들어왔냐.
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딜 쏘댕기다가 오냐. 느이 엄마가 너 들어왔는지 물어볼라고 몇 번 전화했는지 아냐, 데모하는 데는 근처도 가면 안된다이. 간밤에 신역에서 총을 쏴갖고 사람이 죽었다드마는…… 말이 안되제. 맨주먹으로 총을 어떻게 당한다냐.(p.34)
5. 5.18 연극무대 대사를 보면서 사원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어이, 돌아오소.
어어니, 내가 이름을 부르니 지금 돌아오소.
더 늦으면 안되오. 지금 돌아오소.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당신을 보았던 내 눈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내 귀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숨을 들이마신 허파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봄에 피는 꽃들, 버드나무들, 빗방울과 눈송이들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찾아오는 아침,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이 사원이 되었습니다.(P.100)
6. 도청을 끝까지 죽음으로 지킨 그들이 말하는 양심이란 무엇인가요?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P.114)
7. 5.18 당시 성폭행과 성고문을 당한 사람이 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우리는 왜 분노해야 하는가?
삽십 센티 나무 자가 자궁 끝까지 수십번 후벼들어왔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소총 개머리판이 자궁 입구를 찢고 짓이겼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하혈이 멈추지 않아 쇼크를 일으킨 당신을 그들이 통합병원데 데려가 수혈받게 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이년 동안 그 하혈이 계속되었다고, 혈전이 나팔관을 막아 영구히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타인과,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됐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짧은 입맞춤,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 여름에 팔과 종아리를 내놓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숴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P.167)
선택 논제
1. 5.18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어떤 사람이었나요?
은숙 누나는 짐작대로 수피아여고 3학년이었다. 연두색 셔츠 소매를 걷어 입은 선주 누나는 충장로에 있는 양장점 미상사인데, 주인 내외가 대학생 아들을 데리고 영암의 친척집으로 피하는 바람에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피가 부족해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가두방송을 들은 그녀들은 각자 헌혈을 하러 전대 부속병원에 갔고, 시민 자치가 시작된 도청에 일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왔다가 얼결에 시신들을 맡았다고 했다.(p.16)
학생, 노동자, 지식인, 부자, 권력자, 구두닦이, 황금동아가씨, 시장아주머니,
2. 계엄군의 총격과 과잉진압이 미리 계획된 KING project라는 말이 있다. 여러분은 여기에 동의하나요?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거리 가운데 쓰러진 수십명의 사람들을 봤다. 네가 입은 것과 똑같은 하늘색 체육복 바지가 얼핏 보인 것 같았다. 운동화가 벗겨진 맨발이 꿈뜰거린 것 같았다. 네가 뛰쳐나가려는 순간, 입을 막고 떨던 아저씨가 네 어깨를 붙들었다. 동시에 옆 골목에서 청년들 셋이 달려나갔다. 쓰러진 사람들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막 일으키려 했을 때, 광장 중앙의 군인들 쪽에서 연발 총성이 터졌다. 맥없이 청년들이 쓰러졌다. 너는 거리 맞은편의 넓은 골목을 건너다봤다. 삼십여명의 남자와 여자들이 양쪽 담벼락에 붙어서서 얼어붙은 듯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p.32)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3. 작가는 10살 때 518에 대해 들었다. 그후 5.18에 관한 소설을 쓴다. 그가 겪은 간접경험이 .518을 알릴 수 있나요?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읽는다는 것이 처음의 원칙이었다. 십이월 초부터 다른 아무것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고, 되도록 약속도 잡지 않고 자료를 읽었다. 그렇게 두달이 지나 일월이 끝나갈 즈음 더 계속 할 수 없다고 느꼈다.(P.203)
허락이요? 물론 허락합니다. 대신 잘 써주셔야 합니다. 제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p.211)
있다
없다
※ 토론에서 ‘인상 깊었던 한 마디’와 토론 소감을 나눠봅시다.
자막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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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온다 』
2024-11-29
『 소년이 온다 』
2024.11.29. 한강, 창비, 2014
자유 논제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들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오해였다. 그들은 희생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남았다. 그 도시의 열흘을 생각하면, 죽음에 가까운 린치를 당하던 사람이 힘을 다해 눈을 뜨는 순간이 떠오른다. 입안에 가득 찬 피와 이빨 조각들을 뱉으며,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올려 상대를 마주 보는 순간, 그 순간을 짓부수며 학살이 온다. 고문이 온다. 강제진압이 온다. 밀어붙인다. 짓이긴다. 쓸어버린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 ……(p212)
별점
☆☆☆☆☆
읽은 소감
2. 책 속에 인상 깊은 문장이나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발췌 1
발췌 2
3. 시체가 많아 시신을 안치할 상무관이 비좁고 관이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광주시민은 이런 상황 속에서 서로 돕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무명천이든 목관이든 갱지든 태극기든, 필요한 것들을 부탁하면 그는 수첩에 적었다가 하루 안에 구해주었다. 아침마다 대인시장이나 양동시장에서 장을 보고, 거기서 구하지 못한 것들은 시내의 목공소와 장의사, 포목점들을 찾아다니며 구한다고 그는 선주 누나에게 말했다. 집회에서 걷힌 성금이 아직 많이 남은데다, 도청에서 왔다고 하면 헐하게 주거나 그냥 가져가라는 사람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이제 시내에는 관이 동났다고, 급한대로 베니어판을 구해 목공소에서 짜고 있다고도 했다.(p.19)
4. 5.18에 참여한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을 본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동호냐.
아버지의 목소리가 안방에서 우렁우렁 울려왔다.
동호 들어왔냐.
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딜 쏘댕기다가 오냐. 느이 엄마가 너 들어왔는지 물어볼라고 몇 번 전화했는지 아냐, 데모하는 데는 근처도 가면 안된다이. 간밤에 신역에서 총을 쏴갖고 사람이 죽었다드마는…… 말이 안되제. 맨주먹으로 총을 어떻게 당한다냐.(p.34)
5. 5.18 연극무대 대사를 보면서 사원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어이, 돌아오소.
어어니, 내가 이름을 부르니 지금 돌아오소.
더 늦으면 안되오. 지금 돌아오소.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당신을 보았던 내 눈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내 귀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숨을 들이마신 허파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봄에 피는 꽃들, 버드나무들, 빗방울과 눈송이들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찾아오는 아침,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이 사원이 되었습니다.(P.100)
6. 도청을 끝까지 죽음으로 지킨 그들이 말하는 양심이란 무엇인가요?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P.114)
7. 5.18 당시 성폭행과 성고문을 당한 사람이 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우리는 왜 분노해야 하는가?
삽십 센티 나무 자가 자궁 끝까지 수십번 후벼들어왔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소총 개머리판이 자궁 입구를 찢고 짓이겼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하혈이 멈추지 않아 쇼크를 일으킨 당신을 그들이 통합병원데 데려가 수혈받게 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이년 동안 그 하혈이 계속되었다고, 혈전이 나팔관을 막아 영구히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타인과,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됐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짧은 입맞춤,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 여름에 팔과 종아리를 내놓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숴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P.167)
선택 논제
1. 5.18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어떤 사람이었나요?
은숙 누나는 짐작대로 수피아여고 3학년이었다. 연두색 셔츠 소매를 걷어 입은 선주 누나는 충장로에 있는 양장점 미상사인데, 주인 내외가 대학생 아들을 데리고 영암의 친척집으로 피하는 바람에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피가 부족해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가두방송을 들은 그녀들은 각자 헌혈을 하러 전대 부속병원에 갔고, 시민 자치가 시작된 도청에 일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왔다가 얼결에 시신들을 맡았다고 했다.(p.16)
학생, 노동자, 지식인, 부자, 권력자, 구두닦이, 황금동아가씨, 시장아주머니,
2. 계엄군의 총격과 과잉진압이 미리 계획된 KING project라는 말이 있다. 여러분은 여기에 동의하나요?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거리 가운데 쓰러진 수십명의 사람들을 봤다. 네가 입은 것과 똑같은 하늘색 체육복 바지가 얼핏 보인 것 같았다. 운동화가 벗겨진 맨발이 꿈뜰거린 것 같았다. 네가 뛰쳐나가려는 순간, 입을 막고 떨던 아저씨가 네 어깨를 붙들었다. 동시에 옆 골목에서 청년들 셋이 달려나갔다. 쓰러진 사람들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막 일으키려 했을 때, 광장 중앙의 군인들 쪽에서 연발 총성이 터졌다. 맥없이 청년들이 쓰러졌다. 너는 거리 맞은편의 넓은 골목을 건너다봤다. 삼십여명의 남자와 여자들이 양쪽 담벼락에 붙어서서 얼어붙은 듯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p.32)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3. 작가는 10살 때 518에 대해 들었다. 그후 5.18에 관한 소설을 쓴다. 그가 겪은 간접경험이 .518을 알릴 수 있나요?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읽는다는 것이 처음의 원칙이었다. 십이월 초부터 다른 아무것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고, 되도록 약속도 잡지 않고 자료를 읽었다. 그렇게 두달이 지나 일월이 끝나갈 즈음 더 계속 할 수 없다고 느꼈다.(P.203)
허락이요? 물론 허락합니다. 대신 잘 써주셔야 합니다. 제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p.211)
있다
없다
※ 토론에서 ‘인상 깊었던 한 마디’와 토론 소감을 나눠봅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 소년이 온다 』'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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