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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어 필 무렵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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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언어생활 동백어 필 무렵 명로진 지음

명로진 지음/참새책방/2020/267/14,500원

 

 

동백어의 특징 중 하나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아이(I) 메시지다. 초등생 아들이 말썽을 피우자 동백이는 “그럼 엄마가 힘들어.”라고 말한다. 일상을 방해하는 전남편에게는 “너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고 소나기 피하는 법을 알게 됐다.”고 대꾸하고 사랑을 끊임없이 퍼 주는 용식을 보며 “이 사람이 나를 고개 들게 하니 내가 뭐라도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이들의 특징이 ‘동백어’에 잘 드러난다. 남 탓할 만하고 좌절할 만하고 세상을 향해 온갖 욕을 해도 모자랄 입장의 동백이가 우주의 중심에 자신을 놓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동백이는 위대하다. _〈동백꽃 필 무렵〉

 

『동백어 필 무렵』 17쪽


대한민국은 드라마의 천국이다. 엄청난 드라마가 생산되고 소비된다. 흔히 TV드라마를 소우프 드라마(soap drama)라고 부르는 건 저녁 설거지 후 시청한다는 뜻도 있지만 대개는 비누처럼 사라질 뿐 보고 나면 그다지 남는 게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 시대를 반영하는 ‘창’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어떤 것을 소비하며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헤르더의 말처럼 ‘시대의 딸’이다. 그런 드라마들 가운데 대표적인 드라마 25편을 가려 뽑되 그 ‘언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작가이며 배우인 명로진 특유의 날카로운 눈과 경쾌한 언어감각으로 그것들을 재조명하고 새롭게 해석한다. 명로진이 아니고서는 풀어내지 못하는, 그의 언어로 드라마의 언어들을 중심으로 극의 의미까지 해석한다. 그래서 소우프 드라마가 소울 드라마로 진화하는 것을 우리는 추억과 더불어 경험하게 된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그 언어들로 빚어낸 드라마들을 소환하여 우리가 어떤 언어를 생산하고 소비해왔는지를 짚어보는 것은 결코 가벼운 비누(soap)가 아니다. 드라마를 소환하여 세상과 삶을 펼쳐내는 작업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그 지점에 이 책이 있다.


추천사 : 김경집 위원(인문학자·前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교수)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1년 <1월 추천도서> 인문예술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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