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인문다큐 영화제] 난계로의 인생 가방

2025-01-06
자막보기
나에게는 가방 일이 
사는 목적이라고 할까
이 일 밖에 모르니깐
이 일 밖에 없죠
이제까지 이 계통만 했으니깐 하나의 삶이라고 할까

여기서 모든 걸 먹고 살은 거지. 세월이 흐른 거죠 
인생을 여기서 다 보냈지
아이들 공부 가르치고 먹고 살고 집 사고 
뭐 좋죠, 나한테는 여기 와서 힘 잡았으니까 다시 
쫄딱 망해서 아무것도 없었는데
전에는 이거 ‘쟁이’라고 그랬잖아요 
‘가방쟁이’, ‘빽쟁이’
우리 세대가 거의 마지막일 거예요 
배우는 사람이 없어요
가방은 제 꿈을 지탱해주는 무기 같은 거랄까

한 70년대겠죠 
1970년도
수출하고 남은 원단들을 가지고 
(원단)공장에서 나오는 재고 같은 것들 
그때는 덤핑이라고 하죠
거기서 온 원단들을 여기서 팔은 거죠 
그때부터 이게 시작이 된 거예요 
원래 여기서 처음에
[네임수퍼]
오정용 / 원단 유통사 대표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용 가방 (제작)을 기점으로 그때부터 여기(난계로 가방 거리)가 생겼어요

[장소자막]
서울특별시 종로구 난계로

여기(난계로)에 오게 된 계기는
여기에 모든 자재 상점과 원단 상점이 다 여기에 있어요 
그래서 여기가 선호가 된 거죠
가방 (제작)한지가 벌써 
[네임수퍼]
박종무 / 가방 장인
1980년도부터 했으니깐 지금 한 40년 정도 되었겠네요 
옛날에는 조금 먹고 살기가 힘들었잖아요
그래서 친구 소개로 (가방 제작 공장에) 갔다가 계속 하게 됐습니다 
다 수작업으로 제작해야 해서 무지하게 힘들었어요

우리 어머니가 돈이 없으니 중학교를 못 보낸다고 하셔서

[네임수퍼]
권명세 / 가방 장인
서울에 살던 이웃집에서 가방 일을 한다고 해서 서울에 올라왔어요. 1971년도에 
(선배들한테) 많이 맞았죠
망치로 잣대로 때리고 그거 때리는 거는 예사였으니까 그 당시에는
시골에서 있기 싫으니까 누가 서울에 오라고 해서 올라와서 하다 보니깐 이거 한 거예요 
[네임수퍼]
노덕식 / 가방 장인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 어쩌다 보니 발을 담가 놓고 보니깐 지금까지 하는 거예요 
전에는 이게 천하의 못할 짓이었는데
새벽 2-3시까지 쉬는 날도 없고 힘들어서 사람 죽겠지

어디로 도망가요? 조그만 아이가
그 당시에는 (제가) 조그만 했잖아요
서울에 어디 아는 데가 있다고 어디로 도망을 가요

연극배우의   도전 –  장인과의  상담1

가방은 제 꿈을 지탱해주는 무기 같은 거랄까
난계로는 저의 무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무기 창고가 될 수 있겠죠 
안녕하세요
여러 종류로 해서 한 세 네 가지 종류로만 해서 조금 (가방 샘플을) 만들고 싶은데 
저희가 연극 하다 보면 그 안에 의상 있잖아요
의상도 집어넣고 그래서 조금 (가방) 크기도 커야 되고 
저는 총 20년 정도 연극을 해오고 있습니다
연극배우입니다

연극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공연을 하면서 여러가지 일을 하다 보니깐
창업을 한 번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가방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네임수퍼]
한상민 / 연극배우
연극을 하다 보면 의상이나 소품이나 대본, 여러가지 것들을 많이 들고 다녀야 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만들면 동료 배우들에게 먼저 판매함에 있어서
조금 제가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게 쉬운 건 아니죠 이게
쉬운 거 아니에요
쉬운 게 아닌 게 뭐가 아니냐 하면
물건을 만들어서 판매를 하려고 하잖아요 소득을 올리려고

근데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서 잘 안 팔려 물건들이요
만들어서 판매가 잘 되냐 안 되냐, 그 모델을 잘 잡아야죠

연극배우의    도전    –   장인과의    상담    2

그 의상이랑 소품이랑 잡다한 것들 배우들이 들고 다닐 때
조금 번잡스럽게 들고 다니는게 저희가 공연을 하러 갈 때 이게 좀 불편하거든요 
이렇게 의상이랑 소품이랑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조금 큰 가방인데
백…
뭐라고 그러죠? 이거 
그럼 아직 그 틀도 없잖아요 
가로 몇에 높이 몇에
세로 가로 이런 것도 안 잡혀 있잖아요

그래서 와서 여쭤보고

이쪽은 저도 완전 초보라서 
처음 하시는 분들과 작업을 하면 
좀 애로 사항이 많아요
[네임수퍼]
김금미 / 가방 장인
자기가 생각했던 것만 거기에 꽂혀 가지고 
이제 하다 보면 노하우가 좀 생겨요 
이쪽에 신발을 넣을 수 있는 공간 
이쪽에는 통컵(텀블러)을 넣는다든가 
그거는…
그래도 배우들이라 들고 다닐 때 폼이 좀 나야 하니깐

여기다 어차피 지퍼 다는 수 밖에 없어요

그런 걸 대부분 사람들은 못 그려도 그림을 그리고 
여기는 몇 여기는 몇 이렇게 해오거든요
처음이라고 하면 다른 데도 돌아다녀 보시고 발품을 좀 파세요 그래요 
발품을 많이 팔고 다니다 보면 더 좋은 분도 만날 수 있는 거고 
좀 더 저렴하게 제작을 해줄 수 있는 분도 만나는 거고
이렇게 선생님들을 만나고 나니깐 
비로소 내가 진짜 초보였구나
조금 더 자세하게 공부를 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전을 해야겠다
(지금과) 똑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연극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연극을 하고 하면서 
제 꿈을 얼마나 더 버틸지 잘 모르겠어요
가방을 잘 모르고 덤볐지만

근데 이 가방 사업을 해서 어느 정도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지지대만 된다면
똑같이 (가방) 장인 선생님들처럼 (연극을) 오래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맨 처음에는 (가방 샘플을) 하나 만들고
그 다음에 가죽하고 스웨이드 하고 하나씩 (만들면) 총 세 개 잖아요 
샘플이 이천 백 오십 개인가
그거 좀 박아줘

제주    고객    –   네팔인    직원에게    가방    선물

안녕하세요
가방 주문 제작 하러 왔는데요
저희 농장에서 일하는 네팔에서 온 친구가 있는데요 
너무 고맙고 그래서…

그럼 그 네팔 친구를 어떻게 아시고 어떻게 해서 선물까지 해 주시려고 생각을 하셨어요?

‘라나’라는 친구인데요
제가 멋 모르고 농사는 하려고 하는데 그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제가 한 동안 좀 힘들어서 
좀 술에 의지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장소자막]
제주특별자치도
(비닐) 하우스 (실내에) 열이 높거든요
그 열을 밖으로 빼내는 환풍기가 작동을 해야 돼요 
그런데 전기 누전으로 (환풍기가)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네임수퍼]
김현탁 / 농업경영인 
하우스 실내가 한 70-80도

온도가 그렇게 올라가는 바람에 귤나무가 다 고온에 타버렸어요

최하 삼사년 정도는 또 기다려야해요 귤나무 키우는데 
부채도 떠안고 많이 힘들었죠
살면서 털썩이라는 그 느낌을 그 때 딱 알았어요 
술에 많이 의존하면서
흔히들 정신 못 차렸구나 할 정도로
긴 시간을 알코올 의존증으로 지내면서 실수도 많이 하고 
그 친구가 네팔에서 온 ‘라나’
사실은 이 친구를 만나서 같이 지내다 보니 
너무나 일도 잘하고 성실, 그건 기본인 것 같고요
이 친구가 옆에 있어주니까 그 시기를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뭔가 해주고 싶어요 자꾸 
좋은 친구 하나 생겼네요
네
여자 분들은 핸드백이 좋지요
그냥 이렇게 (팔에) 걸 수도 있는데 
고마움의 표시를 라나한테 하는 것 보다는
(라나의) 부인에게 선물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수제 가방을 의뢰하게 됐죠 
그렇게 해서 제가 한 번 만들어 볼게요
네. 아무튼 사장님만 믿고 좋은 선물 할 수 있게 좀 도와주세요 
네

장인    –   제주    고객    가방    제작    돌입

그것은 한 가지 있어요
정성이 안 들어가면 (가방 제작이) 안 된다고 봐야죠 이게

들고 다니게 쉽게 약간 작게 만들었고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다가 그냥 감귤 색깔로 했는데
그 색깔이 거의 비슷한 걸로 했는데 어떻게 맞을지 모르겠네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가방 다 됐다고 해서요 
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쁘게 나왔네요 
네. 여기 (가방 안에 물건이) 좀 많이 들어가고 
감사합니다. 사장님
사장님, 너무 훌륭한데요
색깔이 조금 귤색깔이라 괜찮을 거예요

이게 소가죽이라고 하는데

소가죽이요? 
네. 오프리라고 해요
여기 흠집나고 하면 핸드크림으로 닦아주면 원상 복구가 돼요. 어느 정도 
이거 천연 가죽이라
제가 원했던 그런 디자인이 나와 가지고 너무 감사해요 
맘에 들었다니 고맙습니다
맘에 들었다고 하니 상당히 고맙고 감사합니다
내가 이 일을 한 게 잘 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딱 한 가지 있어요 
뭐냐하면
[네임수퍼]
박종무 / 가방 장인

(고객이 가방을) 봤을 때 반응이 상당히 좋을 때 제가 최고 기분이 좋아요
(가방을) 예쁘고 잘 만들었습니다 했을 때 가장 좋습니다

제주    –   고마운    직원에게    가방    전달

라나야
잠깐만 이쪽으로 와봐 
네 부인에게 선물하나 주려고
이거 하나밖에 없는 가방을 네 부인에게 전해줘 
전 세계에 이 디자인 하나 밖에 없어 이 색깔로
제가 감귤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감귤이 익으면 다 이 색깔이 나요 
[네임수퍼]
라나 / 밀감 농장 직원
이거 밀감 색깔 같아 보여서 그래서

그런 것 같은데

밀감 껍질 익으면 이렇게 색깔이 나와요 
예뻐요
잘 봐봐
우리 라나가 내 옆에 있어줘서 선물 하나 준비했다고 (부인에게) 이야기해줘 
네
부인이 받으면 좋아하겠지 
네
부인이 아마 좋아할 거예요 이 가방을 
저는 가방에 대해서 잘 몰라요 
잘 몰라요. 여자들 가방에 대해서요

그래서 잘 모르지만 부인은 좋아할 거예요

형님!
이제부터 우리 술 마시지 말고 건강하게 같이 일해요

난계로    장인들의    오늘
[네임수퍼]
이영규 / 원단 유통사 대표 
이제 후배들이 없죠 후배들이 
[네임수퍼]
박종무 / 가방 장인
우리 세대가 거의 마지막일 거예요 
배우는 사람들이 없죠
[네임수퍼]
노덕식 / 가방 장인

이게 오래 걸리잖아요 배우려면


4-5년에 되는 것도 아니고 1년 배워서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거의 외국에서 만들어서 오니깐
생계가 안 되니깐 이 (가방) 기술직은 
[네임수퍼]
박병만 / 피혁 유통사 대표
십년 후면 누가 이 일들을 해나갈 수 있을까
이 업종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걱정은 돼죠
고맙죠. 그 분(가방 장인)들이 잘 버텨줘서
나이 먹었다고 들어가지 말고 그냥 왕성하게 즐겁게
하고 싶은 일 건강하게 오래오래 잘 하셨으면 좋겠어요 즐겁게 
먹고 살게 해주는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하는 것이지요 
지금 이거 안하면 누가 밥 줘요 
십원 한 장 벌 곳이 없잖아요
그냥 이제는 내 직업이다, 평생 직업이다 이렇게 생각해요
왜냐면 여기 와서 이거 해서 먹고 살고 그 동안에 아이들 다 키우고 대학 다 보내고 했으니깐 
인생은 핸드백이 내 인생이지. 한 우물만 팠으니까 52년을
가방은... 
글쎄요
가방은 어떻게 말할 수가 없네요
나에게 하나의 이제 와서는
나에게 하나의 삶이라고 할까
같이 살아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그거네요

가족들을 위해서 가방을 만들어주신 적이 있으세요?
아직 없네요
작품명: 난계로의 인생 가방
감독: 목연화
프로듀서: 이혁로, 나상문
촬영: 송정훈
편집: 목연화
음악: 이혁로, 나상문
제작: 미학인우주선
줄거리
오랜 전통의 가방 장인들이 모인 종로구 ‘난계로’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인생을 담은 예술 작품을 만나본다.
기획 의도
소지품을 넣는 생활 용품의 의미를 넘어 인간 각자의 정체성과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방’. 오랜 전통의 가방 장인들이 모인 종로구 ‘난계로’에서 만들어지는 가방은 단순히 소비재가 아니다. 이곳을 지켜왔고 찾아온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새겨진 예술 작품인 것이다. 시대의 변화 속 달라지는 문학과 사회를 반영하며 다채로운 인생 가방을 만들어가고 있는 난계로를 만나본다.
제목
내용
인문360˚

[24 인문다큐 영화제] 난계로의 인생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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