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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Demilitarized zone)가 생각날 때

파주 DMZ

인문쟁이 김세희

2018-07-03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

 

 

버스가 멈췄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헌병은 신분증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여권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을 보며, 곁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참 늦게 온 것 같아. 그동안 우린, 여기 올 생각을 왜 못했던 걸까?"

 

 

ㅣ제3땅굴을 딛고 

 

제3땅굴 제3터널

 

제3땅굴 경비대대

▲ 사진 1 2. 제3땅굴은 셔틀레일 또는 도보로 견학 가능하다.ⓒ 김세희

 

파주 DMZ(비무장지대)의 제3땅굴에 들어섰다. 걸은 지 30여 분이 지났을까. 컴컴한 공기가 점차 실체를 가지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깊은 데(265m)다가 경사(11°)도 높아 노약자나 호흡 곤란자, 당뇨 등을 앓고 있는 이들이라면, 도보보다는 셔틀레일로 관람해야 할 험한 길이었다. 세 번째 땅굴이라는 이름처럼 북한의 남침용 땅굴은 경기 파주 외에도 경기 연천(제1), 강원 철원(제2), 강원 양구(제4)에도 있다. 어둡고 습기 가득한 통로를 걸으며 살갗이 곤두서고 긴장했던 기억. 이 날을 떠올려 보면, 지난 4월 27일의 순간은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남북 두 정상은 대화를 나눴다. 그 속삭임을 들을 순 없었지만, 모두가 바라보는 곳에서 햇살은 역사를 비춰주고 있었다.

 

DMZ 관광안내소 / 도보관람로

 

제3땅굴 입구

▲ 사진 3, 4. DMZ영상관 -> 제3땅굴 -> DMZ 관련 전시관 순으로 관람하게 된다.ⓒ 김세희

 

 

ㅣ남측 최북단, 도라전망대

 

도라전망대1

도라전망대2

▲ 사진 5, 6. 도라전망대 유료망원경은 1회 500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 김세희

 

북한의 모습을 보다 근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 도라전망대에서는 날씨 좋은 날, 개성의 송학산, 김일성 동상, 기정동, 개성시 변두리, 금암골(협동농장)등이 보인다고 한다. 평소 망원경을 사용해본 적이 거의 없는 우린, 모든 장소를 제대로 발견하진 못했지만, 다가갈 수 없는 북녘 앞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했다.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철도가 남한에서 시작되는, 그런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 모르는 요즘. 어쩌면 유리창 너머로 서로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게 '평화'의 첫 단추였던 건 아닐까. 차마 닿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던 두 단어와 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던 시간이었다.

 

 

ㅣ민간 출입통제선 안에서 하룻밤, 캠프그리브스(Camp Greaves)

 

캠프그리브스 외부

캠프그리브스 내부

▲ 사진 7, 8. 미군 철수 후 2013년 평화안보 체험 시설로 탄생된 캠프그리브스 ⓒ 김세희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더 잘 알려진 캠프그리브스는 한국전쟁 후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유스호스텔과 더불어 이색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50년간 주둔해오던 미군이 1997년 철수하면서 2007년 8월 한국 정부에 반환되었다는데,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건축학적 가치가 높아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캠프그리브스 곳곳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콘텐츠 모습1

캠프그리브스 곳곳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콘텐츠 모습2

▲ 사진 9, 10. 캠프그리브스 곳곳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콘텐츠 모습 ⓒ 김세희

 

기획 전시나 역사자료들이 즐비한 다양한 캠프들을 하나씩 옮겨 다니면서 낯설었던 공간들과 조금씩 친해지던 무렵, 과거 미군이 사용했을 것 같은 욕실을 만났다. 낡고 오래된 화장실을 아트적으로 재현한 모습이었지만, 막상 그들의 내밀했던 생활공간까지 마주하고 있자니, 이내 DMZ의 현실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분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유물과 설치물들1

 

분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유물과 설치물들2

▲ 사진 11, 12. 분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유물과 설치물들 ⓒ 김세희

 

 

ㅣ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있을 올 여름.

 

잊을 수 없던 한 마디 - 언제 도라 오서야?

▲ 사진 13. 잊을 수 없던 한 마디, "언제 도라 오서야?" ⓒ 김세희

 

2015년 이후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오는 8월 20~26일 동안 금강산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겪어보지 않고는 그 슬픔과 아픔을 이루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 한 민족으로서 그 누구보다 애틋하고 절실하게 보듬어주는 마음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인터넷으로 잠시 읽어본 몇 글자보다, 직접 그들 가까이 숨 쉬고 눈으로 담으며 걷는 일에서부터 그 '진심'이 시작될 수 있다는 걸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 파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s://tour.paju.go.kr/user/tour/main/index.do

 

 

사진 = 김세희

장소 정보

  • DMZ
  • 파주비무장지대
  • 제3땅굴
  • 도라전망대
  • 캠프그리브스
  • 파주
  • 미군기지
김세희
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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