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가족변동의 시대다. 매년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아이들은 점점 더 적게 태어난다. 많은 사람이 더 이상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고, 기존의 가족규범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것 또한 놀라운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성 부부와 두 자녀로 구성된 4인 가족의 신화는 과거로 저문 지 오래, 1970년 5.2명이던 평균 가구원수는 매년 꾸준히 감소하며 2021년 2.3명이 되었고(통계청, 〈인구총조사〉, 2021), 취업-연애-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의 ‘정상성’이 허구라는 걸 알아챈 사람들은 더 이상 ‘그 가족’을 중심으로 생애경로를 계획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제도는 거의 대부분 ‘그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한국사회가 상정하는 ‘시민’이란 이성애규범적인 가족중심 시민모델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기본단위가 개인이 아닌 가족으로 상상되고, 그 가족에게 사회적ㆍ경제적 생존이 떠맡겨지는 사회에서 제도는 철저하게 ‘정상가족’만을 보호하고 ‘권장’한다. 이런 사회에서 시민들은 ‘정상가족’을 매개로만 생애안정성을 상상하도록 강요받는다. 당신은 가족을 구성할 수 없다고, 그런 관계는 가족이 아니라고 말하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이자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인 김순남은 바로 그 지점에서 가족을 저항의 언어로 사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 책소개/출처: 교보문고
인문학을 날카로운 비판과 면밀한 해석을 통해 인간됨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김순남 선생의 이 책은 가족에 관한 좋은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가족이 위기를 겪고 있다거나 가족 제도 내지 가족 구조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선생은 이 책에서 이러한 위기 내지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져 묻고 있다. 선생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가족 구조의 변화를 단순히 가족의 위기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할뿐더러 위험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 이유는 가족의 위기라는 표현은 이미 어떤 정상적인 가족의 모델을 전제하는데, 그것은 이성애에 기반을 둔 가부장제 모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현재 가족의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며, 언젠가는 다시 정상적인 가족의 모델로 되돌려야 할 비정상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 대신 선생은 오히려 현재의 가족의 변화를 통해 가족구성권의 문제를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사고하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족구성권 개념은 다양한 가족의 차별 해소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가족, 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선생은 이 개념에 기반을 두고 가족을 둘러싼 여러 갈래의 복합적인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그것은 퀴어, 장애인, 비혼 여성, 싱글맘, 빈민 등과 같이 기존의 정상적인 가족 구조에서 배제되거나 그 속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가족의 문제를 다시 사고하려는 기획이다. 가족 제도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제도 중 하나인데, 이 책은 그 제도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간명하고 정제된 글쓰기가 이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더 많은 독자들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가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
2022-12-05
김순남 지음/오월의봄/2022년/13,800원
가족은 어떻게 저항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
혈연과 결혼뿐인 사회에서 새로운 유대를 상상하는 법
급격한 가족변동의 시대다. 매년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아이들은 점점 더 적게 태어난다. 많은 사람이 더 이상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고, 기존의 가족규범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것 또한 놀라운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성 부부와 두 자녀로 구성된 4인 가족의 신화는 과거로 저문 지 오래, 1970년 5.2명이던 평균 가구원수는 매년 꾸준히 감소하며 2021년 2.3명이 되었고(통계청, 〈인구총조사〉, 2021), 취업-연애-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의 ‘정상성’이 허구라는 걸 알아챈 사람들은 더 이상 ‘그 가족’을 중심으로 생애경로를 계획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제도는 거의 대부분 ‘그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한국사회가 상정하는 ‘시민’이란 이성애규범적인 가족중심 시민모델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기본단위가 개인이 아닌 가족으로 상상되고, 그 가족에게 사회적ㆍ경제적 생존이 떠맡겨지는 사회에서 제도는 철저하게 ‘정상가족’만을 보호하고 ‘권장’한다. 이런 사회에서 시민들은 ‘정상가족’을 매개로만 생애안정성을 상상하도록 강요받는다. 당신은 가족을 구성할 수 없다고, 그런 관계는 가족이 아니라고 말하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이자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인 김순남은 바로 그 지점에서 가족을 저항의 언어로 사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 책소개/출처: 교보문고
인문학을 날카로운 비판과 면밀한 해석을 통해 인간됨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김순남 선생의 이 책은 가족에 관한 좋은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가족이 위기를 겪고 있다거나 가족 제도 내지 가족 구조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선생은 이 책에서 이러한 위기 내지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져 묻고 있다. 선생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가족 구조의 변화를 단순히 가족의 위기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할뿐더러 위험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 이유는 가족의 위기라는 표현은 이미 어떤 정상적인 가족의 모델을 전제하는데, 그것은 이성애에 기반을 둔 가부장제 모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현재 가족의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며, 언젠가는 다시 정상적인 가족의 모델로 되돌려야 할 비정상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 대신 선생은 오히려 현재의 가족의 변화를 통해 가족구성권의 문제를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사고하고 실천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족구성권 개념은 다양한 가족의 차별 해소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가족, 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선생은 이 개념에 기반을 두고 가족을 둘러싼 여러 갈래의 복합적인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그것은 퀴어, 장애인, 비혼 여성, 싱글맘, 빈민 등과 같이 기존의 정상적인 가족 구조에서 배제되거나 그 속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가족의 문제를 다시 사고하려는 기획이다. 가족 제도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제도 중 하나인데, 이 책은 그 제도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간명하고 정제된 글쓰기가 이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더 많은 독자들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가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추천사: 진태원, 성공회대 연구교수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2022 <12월의 추천도서>
■ URL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List.d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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