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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도서관에 갑니다

2024-01-23

하담

식탁 한 켠에 차곡차곡 책더미를 쌓아봅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눈에 걸리는 제목들은 죄다 상호대차, 예약 도서, 희망 도서를 걸어놓고 알림이 올 때마다 나는 도서관에 갑니다. 두어달 전에 걸어놓은 예약 도서를 받아오는 날엔 이따금 내가 왜 이 책을 예약해 둔 거지? 이 책은 뭐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알라딘 기대별을 남기다가 스쳐 간 책들을 죄다 읽어보고파서 걸어두었다가 곰방 돌아서서 잊어버리는 탓이겠지요.

 

하우스메이드를 너무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반납일이 남았는데도, 기다리는 이가 있을까봐 나가는 길에 맨손에 총총 들고 길을 나서다가 이내, 차가운 바람에 손이 시려워 후회했습니다. 가방에라도 넣어올걸, 내일 갈걸, 큰애 시킬걸, 담에 올 걸 수많은 번뇌가 스치는 사이 벌써 내 발은 나를 도서관에 데려다 놓습니다. 아차차, 월요일이라 앞뒷문이 다 잠겼네요. 이 추운 날씨에 어쩔 수 없이 건물 밖 파아란 반납함에 집어넣을 수 밖에 없습니다. 미안해라..

 

현관문을 나서서 도서관에 가는 길은 제법 재미있습니다. 아파트 후문길은 청계산 등산로 초입과 맞닿아 있어 이따금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과 마주칩니다. 순풍이 부는 날엔 저도 함께 등산을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작은 횡단보도를 지나고 나면 고등학교 후문이 있는데, 하교시간과 겹치면 저는 학생들 무리에 껴서 종종걸음으로 걸어야 합니다. 보폭이 넓고 걸음이 빠른 저는 도통 수다쟁이 학생들 사이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한템포 속도를 낮추어야 할 수 밖에요. 육교를 지나 예쁜 숲길에 접어들면 그 길 끝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귀여운 아가들이 종종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강아지들이 산책을 하는 사시사철 너무나도 아름다운 길이지요. 봄빛 연록빛 초록이 여름을 맞아 짙어지다가 이내 곧 가을빛 노랑으로 물든 나뭇잎으로 겨울비에 후두둑 떨어집니다. 앙상해진 가지 사이로 빛이 이 길에 들어올 수 있는 때는 겨울 뿐이기도 합니다. 키 큰 나무들 사이에 깊은 겨울 햇살이 들어와 차가운 대지를 데워주다 보면 다시금 봄이 옵니다.

 

그러면 나는 또 도서관에 갑니다. 큰아이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내 아이가 나와 있을까 싶어 기웃대다가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가던 길을 가는데, 체육공원으로 이동하는 큰아이와 마주치기도 합니다. 도서관 가는 길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이지요. 도서관에서 이따금 마주치는 반가운 이들도 있습니다. 서로가 품은 책이 무엇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자랑하기도 하고, 서로 권해보기도 하지요. 그들의 도서관 가는 길에, 내가 있어 더욱 즐거운가도 궁금합니다. 책이 좋고, 글이 좋은 내게 이보다도 더 즐거운 일상이 있을까요.

 

나는 오늘도 도서관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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