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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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빈센트

2024-02-05

블루아워

중학교 학창 시절,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미술 선생님은 성격이 괴팍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 수업만큼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을 만큼 재밌었는데,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과 이들의 평범하지 않은 삶을 생생하게 들려주시곤 했다. 인상파 화가들도 이 중 하나였고 그 중엔 빈센트 반 고흐도 있었다.

이때의 기억이 다시금 선명히 떠오른 것은 남프랑스로 여행을 떠났을 때이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시작하여 모나코, 니스, 생폴드방스, 앙티베, 엑상프로방스, 아를을 거쳐 아비뇽으로 끝나는 여정이었다. 눈부신 태양과 코발트색 하늘, 푸른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시를 느끼게 했다.

여행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반 고흐의 삶의 흔적을 따라가는 동선이기도 했다. 고흐가 생애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아를이란 도시로 향하는 길, 우리의 선곡은 돈 매클레인의 ‘빈센트’였다. ‘빈센트’란 제목보다 ‘Starry, starry night’란 고흐의 작품명에서 따온 가사로 유명한 이 곡은 가사 한줄 한줄이 정신병과 자살로 불운하게 끝난 고흐의 삶에 대한 추모이자 그리움이다.

이전에 들었을 때는 감미로운 팝송에 불과했던 곡이 고흐의 공간으로 향하는 시간엔 가슴 아리게 다가왔다. 죽은 후에야 비로소 대중의 사랑과 인정을 받은 어느 천재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을까.

아를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이 도시를 유유히 흐르는 ‘론강’이었다. 이곳은 푸른색 밤하늘과 잔잔한 강물에 드리워진 빛을 담아낸 고흐의 작품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의 배경이다. 어찌 보면 마을을 평범하게 흘러가는 이 강에서 고흐는 캔버스를 펼치고 밤하늘 가득 빛나는 별을 한참을 보았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