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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공간에 정서를 입힌다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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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의 <옛사랑>을 떠올린 것은 분명 우연이었다. 문득 이유 없이 익숙한 가사 한 구절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라는. 수없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평온을 되찾는 일을 반복하는 스물넷의 나는, 그날은 세상 모든 것이 지겨웠나 보다. 같은 작곡가와 가수가 만들고 부른 <광화문 연가>도 찾아 들었다. 며칠 동안 질리도록 두 노래를 반복해 들으니, 무작정 그곳을 찾아가고 싶어졌다. 노래 속 주인공이 "옛사랑 생각에" 찾아갔다던,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찾아간다던, 그 광화문 거리를 말이다. 

 

 

ㅣ위압적이고 뜨거운, 광화문의 얼굴

 

광화문

▲ 고고한 광화문 전경 ⓒ김정은

 

 

▲ 광화문 광장 전경 ⓒ김정은

 

 

▲ 세종대왕 동상 ⓒ김정은 

 

 

▲ 뒤에서 바라본 이순신 장군 동상 ⓒ김정은 

 

처음으로 광화문 거리 한복판에 섰던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수학여행 중 얻은 자유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찾은 광화문 네거리. 그때의 느꼈던 놀라움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조선과 대한민국의 시간을 잇고 있는 고고한 대문, 거기서부터 한눈에 담기 힘들 만큼 드넓게 펼쳐진 길과 광장, 그 중심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두 개의 동상. 그리고 양 옆으로 줄줄이 늘어선 번쩍이는 건물들. 간단히 말하자면, 난 그때 ‘서울의 기氣’에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다. 

그 후로 몇 해가 지났다. 어느덧 난 서울에서의 삶에 익숙해졌다. 그동안 광화문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간절한 소망을 품에 안고 이곳을 찾곤 했다. 상식과 이념, 그리고 상처가 뒤섞여 활활 끓고 있는 뜨거운 광장. 

 

 

ㅣ쓸쓸하고 고독한, 광화문의 얼굴 

 

 

▲ 덕수궁 돌담길 ⓒ김정은 

 

다시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찾았을 때, 난 위압감도 뜨거움도 아닌 고독과 쓸쓸함에 젖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덕수궁 돌담길까지 이어지는 너른 길을 걸으며, ‘왜 모든 것들은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는지’, ‘왜 사람의 마음에는 고독이 흘러넘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푸르른 잎이 너울지는 이 초여름에도, 어딘가에는 '하늘 높이 올라가는 눈'을 바라보며 쓸쓸함을 삼키는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 

 

기독교 대한감리회 정동제일교회

▲ '광화문 연가' 가사에 등장하는 정동교회 ⓒ김정은

 

영훈씨! 이제! 우리 인생에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영훈씨의 음악들과 영훈씨를 기억하기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당신의 노래비를 세웁니다. 영훈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 故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비 ⓒ김정은 

 

덕수궁 돌담길 한쪽에는 <옛사랑>과 <광화문 연가>를 만든 작곡가 故이영훈 씨의 노래비가 있다. <광화문 연가> 가사에 등장하는 ‘언덕 밑 정동길에 남아있는 조그만 교회당’, ‘정동 교회’의 맞은편이다. 

활짝 웃는 작곡가의 얼굴이 새겨진 마이크와 주춧돌이 전부인 이 단출한 노래비가 유독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의 친구들이 남긴 메시지 때문이었다. 

 

"우리 인생에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영훈씨의 음악들과 영훈씨를 기억하기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당신의 노래비를 세웁니다. "

 

 

ㅣ음악, 그렇게 인생이 된다

 

음악은 공간에 정서를 입힌다. 초여름의 활기로 시끌벅적한 광화문 네거리와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달콤한 쓸쓸함에 빠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공간에 켜켜이 스며든 음악의 정서를 들이켜며, 우리는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환기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들은 함께 뒤섞여 우리의 일상 속에 부유한다. 그렇게 음악은 우리 인생의 한 부분에 자리 잡는다. 

 

 

▲ 덕수궁 돌담길에서 <광화문 연가>를 부르던 거리 연주자 ⓒ김정은 

 

이곳을 떠나려 할 때였다. 저 멀리서 작게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려오는 듯했다.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해 도착한 돌담길 앞에선, 한 청년이 기타를 연주하며 <광화문 연가>를 부르고 있었다.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 그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난 음악이 공간에, 결국 우리 인생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 일상의 공간에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정서를 입히는 음악. 그렇게 음악은 우리의 인생이 된다.  

 

 

○ 사진 촬영_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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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이름(인문쟁이 기자)

인문지능을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인문-예술콘서트 '오늘' 첫 강의 가야금 명인 황병기 논어 백 가락 (2015. 10. 8. 저녁 7시 30분~9시)이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인문-예술 콘서트 '오늘'은 20~30대가 만나고 싶어하는 인문 문화 예술 분야의 인물을 초대하여 그 삶의 궤적과 인문과 예술을 접목한 심도 있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콘서트입니다. 평소 어렵게만 느껴지던 논어를 가야금 명인 황병기 님이 일상 속 경험과 철학을 담아 쉽게 이야기로 풀어 주신다는 말에 부담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인문 360° 인문-예술콘서트 '오늘' 가야금 명인 황병기 <논어 백 가락>
사회 :
윤중강(음악평론가)
음악 :
황병기 작곡 침향무(가야금 안나래, 장구 김웅식)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가야금 안나래, 장구 김웅식)
장소 :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다목적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황병기 가야금 명인은 혜화동 일대 추억이 많은데, 키워드로 명인과 함께 작품 세계와 철학, 일상 경험담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준비한 관객석이 만석이 될 만큼 뜨거운 열기 속에서 아름다운 가야금 연주와 함께 진행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황병기 명인의 이야기에 흠뻑 취한 시간이었습니다. 공자의 말씀 중 논어를 제일 좋아한다는 황병기 명인, 좋아하는 이유가 평범해서 좋고, 평범 속에서 진리가 있다는 말씀이 심오하게 다가왔습니다.

"침향무는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으로, 내가 유독 사랑한다기보다는 모든 작품이 자식처럼 다 사랑스럽다. 작품에도 팔자가 있어 침향무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팔자를 타고 난 것 같다. 침향무는 신라에 취해서 지은 작품으로, 뜯거나 튕기는 연주기법이 아닌, 비비는 듯한 연주기법으로 바람 소리를 표현한 새로운 예술기법, 새로운 가야금 창작기법이라 할 수 있다."
- 명인 황병기

황병기 명인의 침향무를 작곡하게 된 배경을 전해 듣고 감상하니 연주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앞만 보고 바삐 사는 현대인에게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말하는 듯한 감동을 얻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 감동으로 전해졌을지 궁금합니다.

대장암 수술 후 죽음의 기로에 서서 서울대병원 조명 너머로 비추는 시계탑을 보며 생의 억울함을 작품으로 승화, 소녀 취향의 아름다운 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시계탑이라는 곡을 구상해, 퇴원 후 구상했던 악상을 가다듬어 바로 곡을 쓰셨다고 합니다. 또한, "밤의 소리" 제목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셔서 관객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셨습니다. 윤중강 선생의 편안한 진행 속에서 위트 넘치는 황병기 명인의 깔끔 명료한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가락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가락황병기 명인의 침향무를 작곡하게 된 배경을 전해 듣고 감상하니 연주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앞만 보고 바삐 사는 현대인에게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말하는 듯한 감동을 얻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 감동으로 전해졌을지 궁금합니다. 대장암 수술 후 죽음의 기로에 서서 서울대병원 조명 너머로 비추는 시계탑을 보며 생의 억울함을 작품으로 승화, 소녀 취향의 아름다운 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시계탑이라는 곡을 구상해, 퇴원 후 구상했던 악상을 가다듬어 바로 곡을 쓰셨다고 합니다. 또한, "밤의 소리" 제목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셔서 관객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셨습니다. 윤중강 선생의 편안한 진행 속에서 위트 넘치는 황병기 명인의 깔끔 명료한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가락황병기 명인의 침향무를 작곡하게 된 배경을 전해 듣고 감상하니 연주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앞만 보고 바삐 사는 현대인에게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말하는 듯한 감동을 얻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 감동으로 전해졌을지 궁금합니다. 대장암 수술 후 죽음의 기로에 서서 서울대병원 조명 너머로 비추는 시계탑을 보며 생의 억울함을 작품으로 승화, 소녀 취향의 아름다운 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시계탑이라는 곡을 구상해, 퇴원 후 구상했던 악상을 가다듬어 바로 곡을 쓰셨다고 합니다. 또한, "밤의 소리" 제목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셔서 관객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셨습니다. 윤중강 선생의 편안한 진행 속에서 위트 넘치는 황병기 명인의 깔끔 명료한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다섯 가락 키워드 공자, 침향무, 백남준, 심전 안중식, 정남희에 얽힌 이야기를 추억담과 함께 말씀해줘 더 재미나게 들었습니다. 콘서트 시작 전 나눠준 설문지 문항을 모두 맞춘 한 분께 황병기 가야금 명인 친필 사인한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 CD를 선물하셔서 관객 모두의 부러움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산조의 아름다운 연주 속에서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을 황홀하게 마무리한 10월의 가을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논어의 첫 문장,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열심히 하라는 말이 아니라 때때로 하고 싶을 때 하라는 말이라 좋아합니다. 내가 하고 싶을 때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와 같이 전 때때로 가야금을 익혔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다 보면 성공도 찾아오지 않을까요?"
- 명인 황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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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김정은
인문쟁이 김정은

2019 [인문쟁이 5기]


아는 것이 꽤 있고 모르는 것은 정말 많은, 가끔 어른스럽고 대개 철이 없는 스물넷. 말이 좀 많고 생각은 더 많다. 이유없이 들뜨고 가슴이 설렐 때, 조급함과 불안감에 가슴이 답답할 때 모두 글을 쓴다. 때때로 물안개같이 느껴지는 삶 속에서 확신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글을 쓸 때의 내가 가장 사람답다는 것.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람다워지고싶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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