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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
이 글은 2024 중장년청춘문화공간에 참여한 인문프로그램 '전남 신안 체험·탐방' 프로그램의 참여자 수기입니다.
1025개의 섬으로 구성된 신안군©한국문화예술위원회
퍼플 섬©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바다가 땅이라면
전라남도 신안군은 남해에 떠 있는 천 여개의 섬으로만 이뤄진 보기 드문 행정구역입니다.
육지에서 여기저기 산들이 겹겹이 보이는 것처럼,
바다 위에 늘어선 섬들이 리아스식 해안의 들쑥날쑥한 리듬감에 따라 손에 잡힐 듯 겹겹이 떠 있어 선계의 장관을 이루고 있지요.
푸른 바다가 에워싼 보랏빛 섬마을에 라벤더가 바람에 눕는다는 곳.
비현실적인 보랏빛 향기에 취하고 싶어 전남 신안군 퍼플 섬으로 떠났습니다.
닿을 듯 아스라해 더하는 갈망
다리 입구©한국문화예술위원회
퍼플 섬은 가까운 3개의 섬들, 안좌도를 중심으로 반월도,
박지도가 서로 걸어갈 수 있게 보라색 목조 다리로 연결된 곳입니다.
연결 다리도 짧습니다.
300, 500, 900여 미터로 섬들이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옆 동네 아파트를 물 건너 가는 느낌?
그 가까운 거리를 예전에는 배를 타고 다녔대요.
그러니 섬사람들은 닿을 듯 말 듯 아스라한 갈망과 절망 속에 섬과 섬을 얼마나 연결하고 싶었을까요?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어르신들
단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천사 대교©한국문화예술위원회
퍼플 섬 여행은 목포서 큰 대교인 천사 대교를 타고 본섬인 안좌도를 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보라색 지붕들이 반겨주며 유명한 포토 스팟, 노부부의 벽화가 보입니다.
이 섬에 오랫동안 살아온 노부부를 모델로 했답니다.
노부부의 웃는 모습과 꽃나무가 어우러진 벽화는 묘하게 슬픈 듯 아름다운 섬마을의 역사 같은 그들의 인생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변덕스러운 가혹함을 삭힌 해탈
문명의 사각지대인 작은 섬은 변덕스러운 해안 날씨가 주는 가혹함을 고스란히 맞았을 겁니다.
역사의 기복도 있지요.
신라시대까지 평화로이 살던 섬은, 고려 시대 왜구의 계속되는 약탈로 이주화 정책을 통해 빈 섬이 되었고
세종의 장려로 다시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로 다시금 사람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남은 사람들도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을 떠나지 않고 반세기 이상을 지켜온 부부가 있었네요.
벽화와 동백꽃은 그들이 살아온 삶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푹 패인 주름진 세월 속에 온갖 풍파를 삭힌 해탈한 표정으로 괜찮다, 괜찮다 미소를 짓고 있네요.
그래서 오히려 보는 자에게 삶의 위로를 주고 있었습니다.
추위와 흰 눈을 뚫고 피어나는 동백꽃처럼 든든한 어르신의 모습으로 말이죠.
뭍으로 가고픈 소망
반월도 가는 다리©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안좌도에서 반월도로 보랏빛 퍼플교를 걸어갑니다.
길이 380미터의 얕고 짧은 보랏빛 다리.
그 아래로 풍부한 플랑크톤으로 초록색을 띤 바다가 발끝에 닿을 듯합니다.
겨울이 되면 퍼플교 아래의 바다는 감태가 자라 부드러운 초록빛 융단처럼 변한다고 합니다.
반달 모양이라 반월도로 명명된 건너편 섬은 400년 이상 된 팽나무와 느릅나무 군락이 마을의 보라색 꽃들과 어우러져
초록빛 바다 위에서 더 아름답습니다.
썰물로 갯벌이 드러나면 더 가까워 보이는 섬.
걸어서 뭍으로 가고픈 소망이 절로 생길 것 같습니다.
마고 할망 후예의 선물
섬은 도시인에게 휴식의 공간이지만 섬사람에게는 뭍을 향한 욕망이 자라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주 창조신, 마고 할망의 설화를 보면 말이지요.
고대 제주에는 거인, 마고 할망이 살고 있었습니다.
키가 컸던 할망은 한라산을 베개로 삼았고 기지개를 켜면 그 발이 제주 앞바다로 첨벙 빠졌답니다.
사람들은 거인 할망에게 육지로 가는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하고 그 대가로 옷을 지어주기로 약속합니다.
그런데 거인 할망을 위한 옷감이 모자라 약속이 깨지자 마고 할망을 다리를 더 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제주도에는 육지로 향하던 돌다리가 바다 중간에 잠긴 채 남아있습니다.
이런 설화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육지를 향한 섬사람들의 갈망이 크다는 방증일지 모릅니다.
고대는 설화로 끝났지만, 마고 할망의 후예가 바다를 타고 전남 앞바다로 왔는지,
현대의 전남시는 뭍으로 가고 싶단 할매의 소원을 너끈히 들어주었습니다.
다리만 여럿 놓아준 것이 아니라 초록 바다와 가장 잘 어울리는 보랏빛 마을로 브랜딩한 퍼플 섬도 선물로 안겼지요.
그래서일까요? 섬과 섬을 다리로 건너는 것만으로도 설화와 현대의 동화가 흐르는 시간을 걷는 것 같습니다.
어쩜 먼 훗날에 퍼플 섬을 품은 초록빛 바다의 이야기도 전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된 퍼플 섬 초록 바다에서 2024년 10월 28일©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소개
중장년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조성하여 삶의 활력을 제고하고 재도약을 지원하기 위한 인문프로그램 운영
사업대상
중장년
사업연도
2024년
운영시기
10월 17일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고대 마고 할망의 후예가 이룬 꿈'은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문의 후 이용부탁드립니다.
COPYRIGHTⓒ2024 Arts council Korea. ALL RIGHT RESERVED.
문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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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사업 아카이브
고대 마고 할망의 후예가 이룬 꿈
2024-11-13
이 글은 2024 중장년청춘문화공간에 참여한 인문프로그램 '전남 신안 체험·탐방' 프로그램의 참여자 수기입니다.
1025개의 섬으로 구성된 신안군©한국문화예술위원회
퍼플 섬©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바다가 땅이라면
전라남도 신안군은 남해에 떠 있는 천 여개의 섬으로만 이뤄진 보기 드문 행정구역입니다.
육지에서 여기저기 산들이 겹겹이 보이는 것처럼,
바다 위에 늘어선 섬들이 리아스식 해안의 들쑥날쑥한 리듬감에 따라 손에 잡힐 듯 겹겹이 떠 있어 선계의 장관을 이루고 있지요.
푸른 바다가 에워싼 보랏빛 섬마을에 라벤더가 바람에 눕는다는 곳.
비현실적인 보랏빛 향기에 취하고 싶어 전남 신안군 퍼플 섬으로 떠났습니다.
닿을 듯 아스라해 더하는 갈망
다리 입구©한국문화예술위원회
퍼플 섬은 가까운 3개의 섬들, 안좌도를 중심으로 반월도,
박지도가 서로 걸어갈 수 있게 보라색 목조 다리로 연결된 곳입니다.
연결 다리도 짧습니다.
300, 500, 900여 미터로 섬들이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옆 동네 아파트를 물 건너 가는 느낌?
그 가까운 거리를 예전에는 배를 타고 다녔대요.
그러니 섬사람들은 닿을 듯 말 듯 아스라한 갈망과 절망 속에 섬과 섬을 얼마나 연결하고 싶었을까요?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어르신들
단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천사 대교©한국문화예술위원회
퍼플 섬 여행은 목포서 큰 대교인 천사 대교를 타고 본섬인 안좌도를 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보라색 지붕들이 반겨주며 유명한 포토 스팟, 노부부의 벽화가 보입니다.
이 섬에 오랫동안 살아온 노부부를 모델로 했답니다.
노부부의 웃는 모습과 꽃나무가 어우러진 벽화는 묘하게 슬픈 듯 아름다운 섬마을의 역사 같은 그들의 인생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변덕스러운 가혹함을 삭힌 해탈
문명의 사각지대인 작은 섬은 변덕스러운 해안 날씨가 주는 가혹함을 고스란히 맞았을 겁니다.
역사의 기복도 있지요.
신라시대까지 평화로이 살던 섬은, 고려 시대 왜구의 계속되는 약탈로 이주화 정책을 통해 빈 섬이 되었고
세종의 장려로 다시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로 다시금 사람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남은 사람들도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을 떠나지 않고 반세기 이상을 지켜온 부부가 있었네요.
벽화와 동백꽃은 그들이 살아온 삶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푹 패인 주름진 세월 속에 온갖 풍파를 삭힌 해탈한 표정으로 괜찮다, 괜찮다 미소를 짓고 있네요.
그래서 오히려 보는 자에게 삶의 위로를 주고 있었습니다.
추위와 흰 눈을 뚫고 피어나는 동백꽃처럼 든든한 어르신의 모습으로 말이죠.
뭍으로 가고픈 소망
반월도 가는 다리©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안좌도에서 반월도로 보랏빛 퍼플교를 걸어갑니다.
길이 380미터의 얕고 짧은 보랏빛 다리.
그 아래로 풍부한 플랑크톤으로 초록색을 띤 바다가 발끝에 닿을 듯합니다.
겨울이 되면 퍼플교 아래의 바다는 감태가 자라 부드러운 초록빛 융단처럼 변한다고 합니다.
반달 모양이라 반월도로 명명된 건너편 섬은 400년 이상 된 팽나무와 느릅나무 군락이 마을의 보라색 꽃들과 어우러져
초록빛 바다 위에서 더 아름답습니다.
썰물로 갯벌이 드러나면 더 가까워 보이는 섬.
걸어서 뭍으로 가고픈 소망이 절로 생길 것 같습니다.
마고 할망 후예의 선물
섬은 도시인에게 휴식의 공간이지만 섬사람에게는 뭍을 향한 욕망이 자라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주 창조신, 마고 할망의 설화를 보면 말이지요.
고대 제주에는 거인, 마고 할망이 살고 있었습니다.
키가 컸던 할망은 한라산을 베개로 삼았고 기지개를 켜면 그 발이 제주 앞바다로 첨벙 빠졌답니다.
사람들은 거인 할망에게 육지로 가는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하고 그 대가로 옷을 지어주기로 약속합니다.
그런데 거인 할망을 위한 옷감이 모자라 약속이 깨지자 마고 할망을 다리를 더 놓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제주도에는 육지로 향하던 돌다리가 바다 중간에 잠긴 채 남아있습니다.
이런 설화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육지를 향한 섬사람들의 갈망이 크다는 방증일지 모릅니다.
고대는 설화로 끝났지만, 마고 할망의 후예가 바다를 타고 전남 앞바다로 왔는지,
현대의 전남시는 뭍으로 가고 싶단 할매의 소원을 너끈히 들어주었습니다.
다리만 여럿 놓아준 것이 아니라 초록 바다와 가장 잘 어울리는 보랏빛 마을로 브랜딩한 퍼플 섬도 선물로 안겼지요.
그래서일까요? 섬과 섬을 다리로 건너는 것만으로도 설화와 현대의 동화가 흐르는 시간을 걷는 것 같습니다.
어쩜 먼 훗날에 퍼플 섬을 품은 초록빛 바다의 이야기도 전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된 퍼플 섬 초록 바다에서 2024년 10월 28일©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소개
중장년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조성하여 삶의 활력을 제고하고 재도약을 지원하기 위한 인문프로그램 운영
사업대상
중장년
사업연도
2024년
운영시기
10월 17일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고대 마고 할망의 후예가 이룬 꿈'은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문의 후 이용부탁드립니다.
COPYRIGHTⓒ2024 Arts council Korea.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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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고대 마고 할망의 후예가 이룬 꿈'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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