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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식처, 고향을 상실한 세대에게

2024-12-10

젊어져라~젊어져라~미소 힐링 - 경기 평택 체험·탐방 후기

이 글은 2024 중장년청춘문화공간에 참여한 인문프로그램 '전남 목포 체험·탐방' 프로그램의 참여자 수기입니다.

 


 

고향을 상실한 세대에게

 

고향이 있는가. 있다면 다행이다.

황석영의 소설 ‘삼포 가는 길’은 고향을 상실한 소외자들의 방황으로 끝난다.

막다른 삶에 몰린 주인공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고향을 찾아가지만, 고향은 산업화로 사라진 뒤였다.


때는 1970년 산업화 시대, 전국의 논밭을 갈아엎고 공장이 들어서던 때였다.

그 뒤 삼포의 눈물을 먹고 고도성장을 이룩한 세대는 수십 년이 지나 재개발, 

재건축으로 바뀌는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또 한 번 고향을 상실하는 세대가 된다.

그래서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곳은 사라진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부르는 귀한 장소일지 모른다.


마음 둘 곳 없는 방랑자에게 나의 어머니가, 할머니가 나에게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는 곳, 

마음으로 찾아가는 고향, 전남 목포로 갔다.

 

 

오늘의 안내를 맡은 '괜찮아 마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간 여행자의 고향, 목포


괜찮아 마을은 지쳐서 푹 쉬고 싶은 자, 일을 시작하는 방법을 몰라서 헤매는 자들이 잠시 쉬면서 시작할 힘을 얻는 고향 같은 곳이다.

고향이 좋은 것은 일상의 평범함을 마음껏 누리며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다워질 수 있는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밥 짓고, 산책하고, 생각에 잠기는 것.

괜찮아 마을에도 고향과 같은 로컬 공간과 커뮤니티도 있다.

그 안에서 일상을 소소히 누리며 몸과 마음을 천천히 회복해도 괜찮다.

물론 오늘처럼 시간 여행을 하면서 나답고 여유롭게 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오늘 하루만큼은 고향의 품 같은 너그러움 속에서 나다운 시간을 맘껏 느껴보고자 한다.

 

 

목포의 상징©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가혹한 시대를 업고 간 낭만


목포의 상징으로 유명한 '목포의 눈물'은 1935년 혼란한 시기에 발표되었다. 때는 일본의 경제적 수탈이 가속화되던 시점이었다.

남도의 곡창 지대는 이미 일본인의 소유가 되었고, 전쟁 군량미의 확충으로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위로가 절실하던 시대, 민중의 애환을 달래고 노래로 저항하기 위해 '목포의 노래'가 발매되었다.

수탈이 유독 심했던 남도인의 마음을 울리며 목포를 넘어 전라도 민중의 노래가 되었다.



1935년 발매된 앨범 '목포의 눈물'©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앨범 표지의 유럽 풍경이 눈길을 끈다. 요즘의 유럽같이 요트도 있고 평화롭고 아름답다.

국토는 혹독한 수탈로 찢긴 땅이었으나, 마음으로는 자유로운 목포를 꿈꾸었나 보다.


가혹한 시대를 낭만으로 감싼 예술혼이 풍만한 정신적 유산으로 다가온다.

단정한 입매의 이난영 가수가 입은 한복은 요즘과 달리 동정이 넓다.

오래전 외할머니의 한복과 다정함이 생각나면서 민요풍의 애상적 가락이 흐르는 이 도시가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유달산 노적봉 올라가는 길©한국문화예술위원회

 

 

목포가 품은 이야기

 

벽화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 유달산이 나온다. 온갖 형상의 암석이 병풍처럼 둘러싼 늦가을이 아름답다.

유달산은 목포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충무공과 연관이 깊다. 사람 얼굴을 닮은 노적봉을 이용해 심리전으로 왜구를 쫓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만호동'이라는 지역명도 당시 왼편 수군 진영에 있던 만 명의 병사 수에서 유래했다 한다.



노적봉에서 목포 시가지와 푸른 다도해 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



높은 곳에 오르면 목포 시가지와 푸른 바다 위로 수많은 섬들이 보인다. 시원한 바다 덕에 가슴이 탁 트인다.

목포는 쇄국으로 일관하던 대한 제국이 1897년에 자발적으로 문을 연 최초의 항구이다.

이후 일본과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계획도시로 성장했다.

멀리서 보아도 구획이 단정한 거리에 근현대 건축양식이 곳곳에 잘 보존되어 현재도 사용하고 있다.

 

 

원도심에는 일식 가옥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일식 가옥과 100년 넘게 현재 운영하고 있는 모자 가게'갑자옥'©한국문화예술위원회

 

 

친숙한 듯 낯선

 

원도심은 목포의 옛 도심을 말한다. 계획도시로 근현대 건축물, 백화점, 관공서가 들어서고, 철도, 조선, 수산물 가공업이 본격화되었다.


조선 팔도에서 일거리를 찾아 북적거렸고, 문화도 발달하여 목포에 극장도 생겼다.

당시 내국인 소유의 극장은 서울 단성사를 비롯해 단 세 곳이라 목포의 화려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괜히 목포의 노래가 발매되고 가수가 탄생한 게 아니다.


지금도 원도심에는 번영의 흔적이 시간이 멈춘 채 사방에 남아있다.

산책을 하다 보면 목포의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간다.


 

용궁장을 통과하면 나오는 건물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간의 관문, 용궁장


건물을 통과하면 다른 세상이 나온다.

안팎의 풍경이 달라 시간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 같았다.

일본식 나무 천정에 밖으로 나온 전깃줄을 따라 들어갈수록 시간이 한 걸음씩 느려졌다.


빨강 곡물 공장은 어릴 적 보았던 정미소 공장과 비슷했다.

정미소에서 벼를 탈곡하면 한쪽에는 쌀이, 한쪽에는 쌀겨가 작은 동산처럼 쌓였다.

잊고 있던 추억이 빨간 색감과 함께 돋아서 동네 산책에서 고향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빨강 공장 시대는 수탈의 참혹사로 점철되어 있으니까.

시간이 흘러 평화 시대의 후손으로 태어난 나는 광야에서 목놓아 그날을 불렀던 무수한 이육사를 생각하며 그분들이 선사한 이 시대를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도 든다.

 

 

서양식 건물©한국문화예술위원회

 

 

뭘까요?


이 건물은 사찰이 아니다.

건축 형태는 일본 목조 사찰인데, 재료는 목조가 아닌 석재를 사용해 낯설고 뒤편에 서양 건축양식까지 이어 붙였다.


이 건물의 원래 용도는 일본 사찰로, 1930년 동본원사 목포 별원 법당으로 축조됐다.

그 뒤 정체성 혼미한 건축 양식 덕에 용도 변천사도 특이했다. 불경 읊던 불당에서 찬송가가 나오는 교회로 변했다.

불당이 교회로 쓰인 건 처음이라고 한다.


현재는 문화센터이다. 이름은 '오거리문화센터'.

오거리는 예전에 일본인과 조선인의 거주지를 가르던 경계선이다.

지금은 차별의 구역에서 모두를 위한 문화센터로 만남과 교류의 장소로 변모되었다.

그 시대 조선인들이 꿈꾸던 자유의 땅에서.


 

현재 목포 근현대 박물관 2관으로 사용 중©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번성의 흔적들


목포는 철도, 조선, 수산가공업이 본격화되면서 조선 팔도에서 일거리를 찾아 몰려들어 경제, 사회, 문화가 번성했다.

백화점부터 조선 3대 극장까지 골고루 있었다. 화신 백화점은 당시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된 매우 현대적인 건축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지금 보아도 100년 전 건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1층은 상가,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요즘의 주상복합 건물이었다.


현재는 리모델링을 중인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것처럼 목포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중요한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된 근대 건물©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 폭격을 피하기 위한 인공 방공호©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내일로 향하는 방법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건물, 1897년 개항되자마자 일본이 이듬해 영사관으로 지었다. 


현재는 근대 역사관으로 쓰이고 있다.

아픈 근현대사가 있다는 이유로 건축물을 없애지 않고, 

과거를 교훈 삼아 새로운 오늘의 역사관으로 우뚝 선 목포근대역사관의 자존감이 좋아 보였다.


이런 점은 목포 근현대 역사관뿐 아니라, 목포의 옛 도심 전체가 그랬다.

오욕의 역사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현재의 디딤돌로 삼아 미래를 향하는 것.

그래서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성장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단체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단채 신채호 선생의 이 말씀은 인생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삶의 방향성이 흔들릴 때, 내가 잊고 있는 것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따뜻하게 수용한 오늘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것 말이다.

목포가 오랜 세월 동안 번성과 쇠락의 변주를 토대로 단단한 오늘을 구축하고 내일을 바라보는 것 처럼.


현명한 조부모의 지혜가 말을 거는 목포에서 마음의 고향을 느끼며, 2024년 11월의 늦가을.



구도심의 산책이 거의 끝나가는 길©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소개

중장년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조성하여 삶의 활력을 제고하고 재도약을 지원하기 위한 인문프로그램 운영


사업대상

중장년

사업연도

2024년

운영시기


11월 12일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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