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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8
이 글은 2024 중장년청춘문화공간에 참여한 인문프로그램 '강원 인제 체험·탐방' 프로그램의 참여자 수기입니다.
강원도 인제 깊은 곳, 자작나무 숲©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라진 이름을 찾아서
나에게도 이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름이 사라졌다.
언제였을까.
누구의 배우자, 누구의 부모, 누구의 사위, 며느리.
누군가의 소유격 인생으로 살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관공서에서 부르는 사무적 내 이름에 응답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다.
원래 내 이름을 가진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고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물음을 갖고
자작나무 숲으로, 바다로 도망치듯 홀로 떠났다.
'사라진 이름을 찾아서'
하추리 마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당신의 이름에 담긴 것
설악산 맑은 개울 물을 따라 내려오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마을, 하추리를 만나게 된다.
산촌에서 도시의 모든 생활 양식을 내려놓고 자연에 푹 파묻혀 화전민처럼 지내는 자연체험교실이 있다.
오늘 하루 장작 나무에 불을 붙여 가마솥 밥을 지어 먹고 계곡으로 둘러싸인 동네를 산책해 볼 것이다.
마을 입구에는 안내 지도가 아기자기 그려져 있었다.
그중에서 눈에 들어온 이름, '잡곡 정원', '도리깨 잡곡 도정 공장' 등등.
이름에서 벌써 직관적으로 풍경이 그려진다.
안내 이름판에도 정체성이 드러나는데
나의 이름은
무엇을 드러내고 있을까.
도리깨 마을의 '잡곡 정원'은 흔한 꽃밭이 아닌 잡곡 생산지의 정체성을 살려 정원식으로 만들었다.
메밀, 찰수수, 쥐눈이콩, 팥, 차조, 기장, 찰기장 등등 당뇨에 좋은 온갖 잡곡들을 작농하여 도리깨와 방아로 도정하던 전통을 테마로 도정 체험을 할 수 있다.
산촌 마을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수용하되 자부심을 갖고 알리는 마을 공동체의 정체성에 호감도가 높아진다.
1인 1 아궁이 가마 솥밥. 한쪽에 가득 쌓인 장작, 성냥, 부지깽이©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래서 어떤 장작을 택할 것인가
곧 여기서 몽글몽글 밥내가 솔솔 날것이다.
모두 설레고 있다. 그 언젠가 들었던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기억해 내면서.
장작불©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가마솥 안엔 검은 콩밥, 은박지엔 두툼한 강원 감자.
모두 원추리의 잡곡 농장과 그 일대에서 자란 농작물이다.
활활 타는 장작불 앞에 쭈구려 앉아 따뜻한 불을 쬔다.
물론 의자도 있다. 그런데 장작불을 더 잘 보려고 저절로 쭈구려 앉게 된다.
'삼시 세끼' 리얼로 찍는 주인공들©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굴뚝
윤동주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길은 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 애들이
깜박깜박 검은 눈이 모여앉아서
입술에 꺼멓게 숯을 바르고
옛이야기 한커리에 감자 하나씩.
살랑살랑 솟아나게 감자 굽는 내
.
그러하였다.
처음이라 설명서를 보고 모두 모여 옛이야기 재잘거리며 자상한 언니, 오빠로 돌아갔다.
다정한 훈수 속에 밥도, 불도 봐주고 감자도 꺼내며 아궁이의 따듯한 불을 쬐었다.
아궁이는©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골에서 장작이 타는 내음에 취해본 적 있는가.
이따금 타닥이는 뜨거운 숲의 향기.
하얀 연기에 마음의 무게가 날아가면 도닥도닥 찾아드는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내 마음의 아궁이도 장작처럼 많은 마음이 있다.
태워 재가 되어야 할 마음도 열로 전환될 새로운 마음도 있다.
어떤 마음을 태우고, 어떤 마음을 살릴지 장작을 정리하며 생각해본다.
자작나무 숲에서 휴식중인 사람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자작나무 숲에서 만난 나의 이름들
흰 자작나무도 가을 타서 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오후의 해가 숲으로 들어오면 하얀 자작나무 숲은 은빛으로 금빛으로 빛났다.
달맞이 숲, 이름에 어울리는 오후의 숲길이다.
발밑엔 두터운 낙엽이 사각거리고, 하늘엔 바람에 나부끼는 무수한 나무 소리가 들린다.
시원한 바람 속에 수많은 질문들이 저절로 솟는다.
반세기의 많은 경험이 쌓인 나는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수십 개의 이름 중에서 나의 진짜 이름을 생각해본다.
티베트의 여러 주발에서 시작한 울려 퍼지는 주발©한국문화예술위원회
흔들림이 사라지면 만나는 나
주발을 치는 순간, 음의 파동이 공명하며 전신을 휘감고 지나간다.
나의 시간도 음파의 속도로 빠르게 지난다.
산골짜기 깊은 마을 외딴곳에 이름을 잃은 자가 찾아와 수많은 답을 구했다.
하나의 답에 뻗어 가는 수만 개의 질문들.
오랜 흔들림이 사라지면 만나게 되는 것.
나 강원 인제에서 찾은 나, 한 조각을 품에 안고 미시령을 넘어 강원고성, 바닷가 앞에서 하룻밤을 청한다.
단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소개
중장년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조성하여 삶의 활력을 제고하고 재도약을 지원하기 위한 인문프로그램 운영
사업대상
중장년
사업연도
2024년
운영시기
10월 31일~ 11월 01일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불어오는 바람과 내면 소통하기, 자작나무 편'는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문의 후 이용부탁드립니다.
COPYRIGHTⓒ2024 Arts council Korea.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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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바람과 내면 소통하기, 자작나무편
2024-11-28
이 글은 2024 중장년청춘문화공간에 참여한 인문프로그램 '강원 인제 체험·탐방' 프로그램의 참여자 수기입니다.
강원도 인제 깊은 곳, 자작나무 숲©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라진 이름을 찾아서
나에게도 이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름이 사라졌다.
언제였을까.
누구의 배우자, 누구의 부모, 누구의 사위, 며느리.
누군가의 소유격 인생으로 살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관공서에서 부르는 사무적 내 이름에 응답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다.
원래 내 이름을 가진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고
누구도 답할 수 없는 물음을 갖고
자작나무 숲으로, 바다로 도망치듯 홀로 떠났다.
'사라진 이름을 찾아서'
하추리 마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당신의 이름에 담긴 것
설악산 맑은 개울 물을 따라 내려오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마을, 하추리를 만나게 된다.
산촌에서 도시의 모든 생활 양식을 내려놓고 자연에 푹 파묻혀 화전민처럼 지내는 자연체험교실이 있다.
오늘 하루 장작 나무에 불을 붙여 가마솥 밥을 지어 먹고 계곡으로 둘러싸인 동네를 산책해 볼 것이다.
마을 입구에는 안내 지도가 아기자기 그려져 있었다.
그중에서 눈에 들어온 이름, '잡곡 정원', '도리깨 잡곡 도정 공장' 등등.
이름에서 벌써 직관적으로 풍경이 그려진다.
안내 이름판에도 정체성이 드러나는데
나의 이름은
무엇을 드러내고 있을까.
도리깨 마을의 '잡곡 정원'은 흔한 꽃밭이 아닌 잡곡 생산지의 정체성을 살려 정원식으로 만들었다.
메밀, 찰수수, 쥐눈이콩, 팥, 차조, 기장, 찰기장 등등 당뇨에 좋은 온갖 잡곡들을 작농하여 도리깨와 방아로 도정하던 전통을 테마로 도정 체험을 할 수 있다.
산촌 마을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수용하되 자부심을 갖고 알리는 마을 공동체의 정체성에 호감도가 높아진다.
1인 1 아궁이 가마 솥밥. 한쪽에 가득 쌓인 장작, 성냥, 부지깽이©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래서 어떤 장작을 택할 것인가
곧 여기서 몽글몽글 밥내가 솔솔 날것이다.
모두 설레고 있다. 그 언젠가 들었던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기억해 내면서.
장작불©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가마솥 안엔 검은 콩밥, 은박지엔 두툼한 강원 감자.
모두 원추리의 잡곡 농장과 그 일대에서 자란 농작물이다.
활활 타는 장작불 앞에 쭈구려 앉아 따뜻한 불을 쬔다.
물론 의자도 있다. 그런데 장작불을 더 잘 보려고 저절로 쭈구려 앉게 된다.
'삼시 세끼' 리얼로 찍는 주인공들©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굴뚝
윤동주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길은 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 애들이
깜박깜박 검은 눈이 모여앉아서
입술에 꺼멓게 숯을 바르고
옛이야기 한커리에 감자 하나씩.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게 감자 굽는 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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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였다.
처음이라 설명서를 보고 모두 모여 옛이야기 재잘거리며 자상한 언니, 오빠로 돌아갔다.
다정한 훈수 속에 밥도, 불도 봐주고 감자도 꺼내며 아궁이의 따듯한 불을 쬐었다.
아궁이는©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골에서 장작이 타는 내음에 취해본 적 있는가.
이따금 타닥이는 뜨거운 숲의 향기.
하얀 연기에 마음의 무게가 날아가면 도닥도닥 찾아드는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내 마음의 아궁이도 장작처럼 많은 마음이 있다.
태워 재가 되어야 할 마음도 열로 전환될 새로운 마음도 있다.
어떤 마음을 태우고, 어떤 마음을 살릴지 장작을 정리하며 생각해본다.
자작나무 숲에서 휴식중인 사람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자작나무 숲에서 만난 나의 이름들
흰 자작나무도 가을 타서 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오후의 해가 숲으로 들어오면 하얀 자작나무 숲은 은빛으로 금빛으로 빛났다.
달맞이 숲, 이름에 어울리는 오후의 숲길이다.
발밑엔 두터운 낙엽이 사각거리고, 하늘엔 바람에 나부끼는 무수한 나무 소리가 들린다.
시원한 바람 속에 수많은 질문들이 저절로 솟는다.
반세기의 많은 경험이 쌓인 나는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수십 개의 이름 중에서 나의 진짜 이름을 생각해본다.
티베트의 여러 주발에서 시작한 울려 퍼지는 주발©한국문화예술위원회
흔들림이 사라지면 만나는 나
주발을 치는 순간, 음의 파동이 공명하며 전신을 휘감고 지나간다.
나의 시간도 음파의 속도로 빠르게 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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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 깊은 마을 외딴곳에 이름을 잃은 자가 찾아와 수많은 답을 구했다.
하나의 답에 뻗어 가는 수만 개의 질문들.
오랜 흔들림이 사라지면 만나게 되는 것.
나 강원 인제에서 찾은 나, 한 조각을 품에 안고 미시령을 넘어 강원고성, 바닷가 앞에서 하룻밤을 청한다.
단체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소개
중장년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조성하여 삶의 활력을 제고하고 재도약을 지원하기 위한 인문프로그램 운영
사업대상
중장년
사업연도
2024년
운영시기
10월 31일~ 11월 01일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불어오는 바람과 내면 소통하기, 자작나무 편'는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문의 후 이용부탁드립니다.
COPYRIGHTⓒ2024 Arts council Korea.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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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나를 무장해제해요
불어오는 바람과 내면 소통하기, 바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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